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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도 선크림을 발라야 하는지, SPF는 얼마짜리를 써야 하는지, 의사마다 말이 달라서 그냥 대충 바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부과 전문의에게 기준을 제대로 배우고 나서 제 선크림 루틴이 꽤 달라졌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선크림은 뭘 쓰느냐보다 어떻게 이해하고 쓰느냐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실내에서도 선크림이 필요한 이유
회사 창가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다가 문득 왼쪽 볼이 오른쪽보다 칙칙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자외선에 관해 제대로 공부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선크림을 바르는 핵심 이유는 자외선 차단입니다. 자외선은 크게 UVA, UVB, UVC로 나뉘는데, UVC는 지표면까지 거의 도달하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는 UVA와 UVB를 막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서 UVB란 피부를 빨갛게 태우는 단파장 자외선으로, 유리창을 잘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실내에서는 UVB 차단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덜합니다.
문제는 UVA입니다. UVA란 파장이 길어 유리창을 손쉽게 투과하는 자외선으로, 피부 진피층까지 침투해 주름과 기미, 홍조, 색소 침착을 유발하는 주범입니다. 창가에 앉아 일하거나 점심시간에 잠깐 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UVA는 꾸준히 피부에 쌓입니다. 제 경험상 "실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무서운 착각이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창문이 전혀 없는 공간에서 해 뜨기 전에 출근해 해 진 뒤에 퇴근하고, 점심도 내부에서 해결하는 경우라면 선크림 없이 지내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 UVA: 유리창 투과, 진피층까지 침투, 기미·주름·홍조 유발
- UVB: 유리창 차단, 표피 화상 유발 (실내에서는 부담 적음)
- 창가 근무·출퇴근·점심 외출만으로도 UVA 누적 노출 발생
SPF와 PA, 숫자가 높을수록 좋은 이유
선크림을 고를 때 "SPF 30이면 충분하다", "높은 SPF는 모공을 막아 트러블이 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직접 알아보니 이 두 가지 모두 잘못된 이해였습니다.
SPF란 UVB를 차단하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을 때 피부가 붉어지기 시작하는 시간을 SPF 배수만큼 늘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최대 SPF 50까지 표기할 수 있고, 미국처럼 SPF 100이 유통되는 나라도 있습니다(출처: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PA란 UVA를 차단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등급입니다. PA+에서 PA++++까지 있으며, 플러스 개수가 많을수록 UVA 차단 효과가 강합니다. 따라서 선크림 겉면에 'SPF 50 / PA++++'가 표기된 제품이 현재 한국 기준 최고 등급입니다.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크림을 권장 용량의 절반도 채 바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권장되는 정량은 얼굴 전체 기준 검지 손가락 두 마디 분량, 약 500원 동전 크기입니다. 제가 직접 재보니 평소에 쓰던 양의 두 배 가까이 됐습니다. SPF 50짜리를 절반만 바르면 실제 차단 효과는 SPF 12~13 수준으로 뚝 떨어집니다. SPF 30을 절반만 바르면 SPF 7~8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굳이 낮은 SPF를 고를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덜 바르게 되니, 처음부터 가장 높은 제품을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리고 SPF 수치가 높다고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트러블의 원인은 SPF 지수 자체가 아니라, 선크림에 포함된 무기자차 성분이 모공을 막기 때문입니다. SPF와 모공 문제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습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무기자차와 유기자차, 내 피부에 맞는 것 찾기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선크림을 바꿀 때마다 꽤 조심스러웠습니다. 한번은 새 제품을 샀다가 이틀 만에 볼 전체가 빨개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무기자차와 유기자차의 차이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무기자차(physical sunscreen)란 산화아연이나 이산화티타늄 같은 광물 성분이 피부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반사시키는 방식입니다. 자극이 비교적 적어 민감성 피부나 피부 장벽이 약한 분들에게 권장됩니다. 다만 입자가 크다 보니 모공을 막을 수 있고, 발랐을 때 피부가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유기자차(chemical sunscreen)란 화학 성분이 자외선 에너지를 흡수해 열로 전환하여 방출하는 방식입니다. 발림성이 좋고 백탁이 없어 사용감이 가볍습니다. 그러나 자외선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피부에 미세한 열감이 생길 수 있고, 예민한 피부에는 접촉 피부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그 이틀 만에 빨개진 사례가 정확히 이 케이스였습니다.
정리하면, 여드름성 피부라면 모공을 막지 않는 유기자차를, 민감성 피부·홍조·주사 피부염이 있다면 자극이 덜한 무기자차를 우선적으로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시중 제품 대부분은 두 성분이 혼합되어 있어 배합 비율을 정확히 알기 어려우므로, 처음부터 본품을 사기보다 샘플이나 소용량으로 3~4일 정도 테스트하는 것이 제 방식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덧바름에 대해서입니다. 선크림은 땀, 피지, 마찰 등으로 2~3시간이면 상당량이 지워집니다. 화장을 해서 덧바르기 어렵다면, 자외선 차단 성분이 포함된 수정 파우더나 선쿠션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저도 점심 양치 후 선쿠션으로 덧바르는 루틴을 꽤 오래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론
선크림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고 나서 제 루틴이 바뀐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실내에서도 빠짐없이 바르게 됐고, SPF와 PA 모두 최고 등급 제품만 씁니다. 그리고 바르는 양을 의식적으로 늘렸습니다. 작은 변화 같지만, 직접 겪어보니 꽤 체감 차이가 있었습니다.
제품 선택은 성분보다 내 피부 반응이 우선입니다. 아무리 좋다는 제품도 제 피부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샘플로 테스트하고, 문제없다면 그 제품을 굳이 바꾸지 않는 것이 제가 내린 가장 현실적인 결론입니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 테스터가 많으니 여러 제품을 써보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과정이 번거롭더라도 꼭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